청소년폭력예방재단이 실시한 2010년 학교폭력 전국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0년 학교폭력발생 건수는 7,923건으로 전년에 비해 2,300여건이 늘어났으며, 학교폭력으로 자살충동을 느낀 학생이 30.8%에 달했고, 학교폭력으로 인한 고통을 호소한 학생은 60.8%, 죽을 만큼의 고통스러움을 호소한 학생 또한 13.9%나 됐다.

즉, 학교폭력의 피해학생 10명 중 3명이 자살충동을 느끼며 실제로 자살로 이어지는 등 학교폭력과 청소년자살은 직접적인 인과관계 및 간접적인 상관관계로 이어져 있다. 이는 학교폭력은 매년 지능화 및 다양화 되는 동시에 피해학생들은 신고나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기보다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아진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현재까지 학교폭력근절을 위한 다양한 대책과 법안들이 마련되기는 했지만, 대책과 현실간의 차이에서 오는 근본적인 문제점이 무엇인지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흔히 가해학생은 학교 부적응자라는 인식으로 피해자보다 덜 조명 받아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뒤집어 생각해보면 그들 역시 사회구조적인 피해자일 수 도 있다.

나도 나를 모르겠어요

서울시 금천구에 사는 중학교 1학년 김 모양(13)은 친구들 사이를 이간질하고 따돌림을 주도하는 문제행동을 보여 본 지원센터의 1388교사지원단으로 활동하는 학교교사의 의뢰로 금천청소년상담지원센터를 방문하여 상담을 받게 되었다.

상담결과 가해청소년은 화가 나면 충동적으로 행동하는 자신의 행동을 바꾸고 싶어 했으며, 친구들과 선생님들이 자신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걱정하였다. 또한, 가정에서 아버지가 체벌을 통해 가해학생의 행동을 통제해왔던 것이 내담자에게 있어 부모와의 대화를 단절시키고 반항적인 행동을 만드는 요인이었다. 상담을 진행하면서, 청소년상담뿐만 아니라 부모상담, 교사 상담을 통하여 가해행위의 요인을 전방위적으로 분석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한 결과 개학 후 학교에서 학생의 행동변화와 학업에 대한 의지가 전과 달라진 것에 대해여 선생님들께 칭찬을 받을 정도로 호전되었으며, 가정에서도 부모와의 관계가 개선되었고, 더 이상 학교폭력의 가해학생이라는 꼬리표를 버릴 수 있게 되었다.

힘이 드는 것은 가해학생도 마찬가지이다

과연 가해학생이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중요한 문제는 가해학생 역시 피해학생처럼 나를 도와달라는 들리지 않는 목소리를 낸다는 것이다.

문제 학생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은 저 학생은 원래 문제가 많고, 시간이 갈수록 더 큰 문제 행동을 보인다는 것이다.

정작 중요한 문제는 보지 못한다는 것이 더 큰 문제인 것이다. 청소년기의 특성상 청소년기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청소년들 스스로는 인식하기 힘들다.

즉, 이는 성인들이 보는 시점이며 청소년들 스스로 자식을 파악하는 시점과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열린 마음을 통한 적극적인 경청과 끊임없는 공감만 이루어진다면, 아무도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그 닫힌 마음을 열수 있을 것이다.

지속적인 지지는 지역사회 주변인들 뿐 아니라 가정에서도 이루어져야한다. 불행히도 현재의 부모세대들은 아이와 대화 하는 법을 학습한 적이 없다. 사회적, 경제적 여건으로 인한 맞벌이 증가로 인하여 대화는 고사하고 얼굴보기도 힘이 든다.

근본적인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학교폭력발생으로 인한 사건 개입식 상담도 중요하지만, 이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계획되어야 할 것이다. 여기서 주요성공요인으로 고려해야할 점은 그 대상이 청소년이 아니라 부모와 교사 등에 우선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금천청소년상담지원센터에서는 청소년문제 상담이외에도 관내학교들과 협약을 통하여 1388교사지원단, 찾아가는 상담교육, 부모교육, 부모상담 등을 통하여 지역사회청소년의 건전한 성장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시 금천구에 사는 중학교 2학년 서모양(14)은 거짓 사실로 이간질하고 주변에 친구들을 피해학생 근처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주동하는 반 친구로 인해 왕따를 당하였다.

이로 인해 서양은 학교에서 점심급식도 먹지 못하고 반에서 항상 혼자지내야만 했다. 또한 왕따 주동하는 학생이 내담자가 반에서 일어나는 절도 사건의 용의자로 이간질과 욕설을 반복적으로 받기도 하였다.

지속적인 학교폭력으로 서양은 무척 고통스러운 상태로 주변을 탐색할 수 있는 인식의 틀이 좁아진 상태였다. 6개월간의 상담을 통하여 자신이 가졌다 부정적인 감정들을 정화하고, 이간질하는 친구의 잘못이 드러나게 되어 서양에 대한 이미지도 개선되었으며, 새로운 학원을 등록 및 친구들과의 관계회복 노력하였다.

또한 서양의 어머니와 협조를 통하여 피해상황에서 벗어나 자신의 진로에 대해 탐색하면서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우도록 하여 서양이 관심을 가지는 분야를 찾아 향후진로를 설계하면서 성공적으로 상담을 종료하게 되었다.

해결을 위한 실마리를 찾아서

1회에서 살펴 본 것처럼 학교폭력이 자살로 이어질 가능성은 굉장히 크다. 위기상황이 발생할 경우 문제점파악과 해결이라는 두 가지 과정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지만 청소년기의 특성상 해결보다는 문제점자체에 매달리게 되어 문제를 원인과 해결이라는 전체적인 과정으로 분석할 수 있는 인지적 능력이 떨어지게 되며, 문제에만 집착하여 결국에는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된다. 따라서, 중요하게 고려해야할 부분이 지역사회 및 주변자원의 활용이다. 우선적으로 피해학생 자신의 인지적 능력향상도 중요하겠지만, 주변자원의 활용을 통한 동시적 접근이 피해의 범위를 줄이고 자신의 회복탄력성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가해학생 역시 문제를 인식하는 폭이 좁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학교폭력은 단순히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해결책이 될 수 없다. 한명의 주동자를 처벌한다고 해도 그 학교의 학교폭력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 그 증거이다.

가해학생과 피해학생의 관계가 일방적인 폭력의 관계이기도 하지만, 주변의 다른 상관요인들을 전체적으로 파악하여 접근하여야 되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당사자간의 관계의 회복이다. 가해학생의 무조건적인 처벌은 향후 정상적인 사회구성원으로의 역할을 박탈하는 것이며, 위 사례에서 보듯이 새로운 환경의 변화를 통한 관계회복이 무조건 좋은 것만은 아니다. 기존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을 회피하여 새로운 관계를 맺는 것은 지금당장은 효과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해결되지 않은 마음의 상처는 두고두고 자존감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된다.

관계의 회복을 위하여

모든 불행은 관계에서 나온다. 사람은 여러 가지 관계를 통하여 살아가는 교류의 동물이다. 어린아이, 청소년, 성인, 노인 할 것 없이 단 하루, 한 시간, 일분이라도 서로교류하지 않는 순간은 없다.

다음은 관계를 악화시키는 네 가지 형태이다. ① 나의 가치를 상대에게 강요하는 형태이다. 여기에 해당하는 것이 가해자의 입장이며, ②는 피해자의 입장이다. ③의 경우는 서로가 서로에게 강요하는 형태로 부모-자식 간, 교사-학생 간에서 일어날 수 있으며, ④의 경우는 관계에서 최악의 경우로 자신의 가치를 자기가 내면화하는 형태로 우울증이나 자살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즉, ②의 상대가 자신의 가치를 나에게 강요하는 경우 관계의 회복점을 찾지 못할 때, ④무력한 나 자신에 대한 가치를 내면화 하여 자기학대를 통한 자살까지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학교폭력을 근절할 수 있는 대책들은 다양하게 마련되고 있으며, 제도의 완성도는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발생건수는 줄어들지 않는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문제는 제도가 아니라, 제도를 실행하는 사람들의 관심과 의지인 것이다. 가해학생, 피해학생이 가지는 가치와 주변상황의 가치를 변화시키는 것이야말로 학교폭력은 근절시킬 수 있는 근본적인 출발점이 아닌가 다시한번 생각해봐야 할 시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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